이 책은 한참을 독서 슬럼프에 빠졌던 나에게 다시금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 기욤 뮈소의 대표작이다. '종이여자' 그와 독자-작가의 연을 맺은 나는 이후로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정말이지 책장을 열면 도무지 덮을 수 없이 다 읽어버릴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도 등하교 때마다 찔끔찔끔 읽다가 어느날 밤에 불이 붙어 한번에 읽어버렸다. 소설의 기본 플롯은 슬럼가에서 개과천선한 엘리트 의사와 실패한 여배우의 로맨스다. 프랑스인인 여배우 줄리에트는 찬란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뉴욕에 도착하지만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만다. 아무도 자신을 불러주는 곳은 없고, 한땐 뜨겁게 불타올랐던 연극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친구는 승승장구하지만, 자신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그녀는 자존감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다. 하지만 어느날 거짓말같이 사랑을 만나고, 다른 모든 것이 주지 못했던 자아, 즉 자신의 존재의미를 그 사랑으로부터 찾는다. 엘리트 의사 샘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슬럼가에서 함께 나고 자란 아내가 있었지만 그녀의 자살 이후로 그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런 샘에게 줄리에트는 새로운 빛이자 희망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상보적으로 채워 주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 사랑이 주는 위로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하게 묘사된다. 작가가 묘사하는 그들만의 행복한 시간은 뭇 젊은 남녀들의 이상향일 것임에 틀림없다. 기욤 뮈소는 이 로맨스를 배경으로 판타지적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독자들과 소위 '밀당'을 천재적으로 한다.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마치 인기 드라마의 엔딩 씬을 보는 듯하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오거나 새로운 사건이 등장한다. 도저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세세한 '밀당'의 내용은 직접 맛보시는 편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정말로 줄리에트와 샘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젊을 때에만, 그것도 미성숙할 때에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 강렬한 경험, 그 아름다운 추억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삶에 영원히 남아 두고두고 곱씹을 달콤한 안주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아름답게 사랑해 보자.